調和-생명 Harmony-Life 6 > 작품보기

調和-생명

김국의 여성은 성스럽고 찬란한 경배 대상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다. 억압과 성차별에서 자유로운 여성해방을 의미하는 그림들이 아니다. 때문에 패미니즘 시각을 강조하거나 이념적인 해설을 곁들일 필요가 없다. 담백하고 솔직하며 조형적인 미감이 우선 돋보이는 그림이다. 미감의 발견은 곧 생명의 근원에 대한 경외심이다. 원색을 쓰면서도 음양의 기운을 중요시하는 민화에서 볼 수 있듯이 여인네의 살결을 오르거나 슬금슬금 접근하는 나방, 반딧불, 무당벌레, 개미 들은 여인과 소통하는 양의 기운으로 나타난다.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장단지에 그려진 곤충들은 선한 데미우르고스를 향해 있다. 한국화의 초충도에서 처럼 곤충은 작가이며 동시에 우리는 아닐까. 김국의 회화는 보는 것을 넘어 읽어가는 그림이다.

김국의 여인들은 말이 없다. 절제된 형과 색이 있을 뿐이다. 거침없이 변형을 시도하는 선은 뜻밖에 부드럽고, 과감하게 보색대비를 하는 색은 강하기 그지없다. 부드러움과 강인함, 낯섦과 익숙함이 한 화폭에 담겨있는 것이다.

정형을 벗어나 주변과 새롭게 조화하는 생명, 김국이 그려낸 여인들이 신비한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지는 그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 미술평론가 이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