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展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56 | T.02-734-1333
2017-04-26 ~ 2017-05-01
본문
고맙다. 봄.
작은 봄비가 내릴 때 벚꽃도 함께 내렸다.
덕분에 마른 땅이 꽃밭이 되는 날,
이런 날은 붓을 내려놓고 꽃을 맞으러 가야 한다.
고마운 비는,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민들레에 노란 표시를 만들어 놓았다.
노란 꽃잎 위에 촉촉이 내려앉은 연분홍 꽃가루들은,
꽃은 떨어져도 아름답다는 위로를 건네 온다.
꽃은 떨어져도 꽃이다.
봄의 한가운데로 슬쩍 밀어 넣은 작품들은
딱딱한 캔버스를 뚫고 나온 생명이다.
환하게 피어나, 훨훨 날아, 누군가의 귀한 가족이 되라고 빌어본다.
보통의 꽃과 보통의 새가 특별한 꽃과 새가 되어 눈가에 오래 머물렀던 것처럼,
이제는 새 가족을 만들라고 누군가의 풍요로움이 되라고 보낸다.
가족은 떨어져서도 가족임을 알기에...
언제쯤 오시려나...
겨울 화실에 앉아 봄 쪽을 기웃거리며 한참을 기다렸다.
꽃이 지천인 이 계절에
화사한 날을 기다린 이들을 데리고 소풍을 간다.
가난한 어미가 자식들을 데리고 무작정 떠나온 봄 소풍.
독수리와 튤립과 해바라기들,
누군가의 가슴에 새가 되고, 꽃이 되어 내려앉기를...
고맙다. 봄.
고맙다. 새와 꽃과 가족이라는 이름.